내 인생은 마치 누구의 관섭도 받지 않는 화려한 멜로디의 독주였다. 내가 펜을 들고 적어 내려가는 음표들은 하나 둘 모여 악보로 되어갔고, ‘나’라는 사람의 음악이 되어 흘러갔다. 기분이 좋을 땐 높은 음정들이 나를 감쌌고 슬프고 우울할 땐 곧바로 낮은 음정들이 나를 짓눌렀다. 그래도 나는 나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나의 소리를 내는 것이 좋았다. 그랬었...
언제부터인가 사람에게 직접 다가가는 일이 없어졌다. 내게 다가오려는 사람들도 쉽게 허락해주지 않았다. 나에겐 일종의 비상구가 필요했다. 사람에게 빠지거나 스며드는 것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헤어 나오지 못해 무력해지는 내가 너무 싫어 언제든 사람들과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사람이 싫어서, 원망스러워서 이렇게 행동하는 건 아니다. 그저 나의 방어...
혼자 남아 침대에 누워 잠에 들기 위해 눈을 감으면 밀려오는 생각들이 거센 파도가 되어 나를 집어삼켜버리더라. 스스로를 놓아버린 나는 거센 파도에 삼켜져 심해에 가라앉아 눈을 감고 싶었다. 아침에 더 이상 눈이 떠지지 않기를 빌며. 천천히 나는 가라앉았고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차가운 바다가 나를 짓눌렀다. 그 와중에 아쉽게도 호흡은 가능해서 쉽게 죽을 수는 ...
따스한 손길로 내 볼을 쓰다듬어주던 사람이 있었다. 마치 향긋한 봄꽃향기처럼 내 품에 안겨 작고 부드러운 손으로 내가 흘린 눈물을 닦아주던 사람. 봄이 가면 여름, 가을, 겨울이 오고, 봄은 다시 돌고 돌아오는데. 내 뺨을 쓸어주던 손은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고 그저 내 눈에서 흐른 눈물만이 내 뺨을 쓸어주고 있더라.
항상 비가 오기 며칠 전부터 날씨는 이상하리만큼 따스했다. 따뜻하게 입어도, 장갑과 목도리를 해도 찬 바람이 뚫고 내 몸을 베어버릴 정도의 추위였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봄이 온 것은 아닐까. 이제 이 추위도 끝이나는 건가? 하고 설레발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예고되었던 비는 내리고, 비가 그치고 나니 설레었던 감정을 부숴버리기라도 하듯 얼어버릴 것만 ...
시연이와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봤다. 모니터 위에는 캠이 달려 있었고 우리의 얼굴이 나오지 않을 각도로 고정된 채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시연이는 여느 때와 같이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해나갔고 난 멍하니 앉아 보조 모니터에 올라오는 채팅들을 읽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채팅을 읽다 한 유저가 ‘오늘 남자친구분이 말이 없으시네요.’ 라는 채팅이 ...
관계라는 실타래가 얽히고 얽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시작과 끝은 어렴풋이 보였지만 시작에서 끝으로 가는 길은 얽힌 실들을 풀지 않고서야 찾을 수 없겠더라. 주저앉은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얽혀버린 실을 풀기 위해 안간 힘을 썼다. 당겨도 보고, 느슨하게 풀어보고, 다시 실을 처음부터 짚어보며 어디가 심하게 얽혀있는지 짚어보기도 했다. “난 최...
내가 뜨거운 공기를 코로 내뱉고 있다는 건 잠에서 깨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불 속에 있던 나는 몸은 마치 불덩이라도 된 듯 뜨거웠고 옷은 전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너무 더운 건가하고 이불을 치우자 평소와 다른 냉기가 나를 덮쳤다. “어?...” 보일러의 설정이 잘못된 탓인가 싶어 몸을 일으켜 확인을 하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현기증에 난 그만 침대...
너는 항상 나를 사랑할 걸 알면서도 너에게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우리의 사랑은 항상 한겨울의 사막 같았어. 너는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 가증스러운 입에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하지만 네가 하는 믿으라는 그 말을 난 오늘도 어쩔 수 없이 믿어야겠지. 참 웃겨.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데 헤어지면 어느 때보다 아프고 ...
눈부실 정도로 환한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었다. 셀리나는 저택 정원에 나와 테이블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 뒤에서는 사용인들이 일렬로 서 있었고 꼿꼿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직 크리스만이 셀리나 옆에 서서 차 주전자를 들고 그녀의 찻잔이 빌 때마다 차를 따라주고 있었다. 아직 셀리나와 또래인 크리스는 한 곳에 가만히 있는 것을 잘 하지...
묵직한 나무문을 열고 먼저 느낄 수 있었던 건 내 코를 스치고 가는 여러 가지의 향기들이었다. 달콤한 과일 향이 나기도 하고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나기도 했다. 무엇이라 단정 지을 수 없는 혼합된 향들이었다. “어서 오세요!” 카운터에 앉아 있던 소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반겼다. 마치 주인을 기다린 강아지처럼 작고 귀여운 소녀였다. 주변을 둘러보며 ...
잠이 옅게 들었던 탓일까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눈을 네가 깨지 않게 고개를 살짝 돌려 창문을 바라보니 어느새 창문에는 송골송골 맺혔고 하얀색 습기가 맺어있었다. 혹시라도 추울까 내 품에 잠든 너에게 이불을 제대로 덮여주고 조심히 침대에서 빠져나와 눈을 비볐다. 비가 내리니 집안이 조금 썰렁해지기 시작했다. 차가운 냉기가 내 살갗을 스쳐지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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