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듯 시간이 흐르듯 감정의 변화도 돌고 돌아왔다. 처음은 아무 느낌이 없었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없었으니까. 그냥 평범한 하루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점점 잠이 드는 시간이 늦어졌다. 처음엔 2시, 3시, 4시... 이제는 아침쯤이 되어서야 잠에 들게 되었다. 어쩌다 자는 시간이 틀어져 오후에 잠을 잠깐 잘 때는 악몽을 꾸기도 하였다. ...
케이는 너덜너덜해진 모습으로 사무소에 들어왔다. “어서오세... 케이?!” 기연이 케이의 모습에 깜짝 놀라 그에게 달려갔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소장님은?” “안에 계셔... 근데 어떻게 된...” 케이는 기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장실의 문을 덜컥 열었다. 기화는 책을 읽던 중 들어온 케이의 모습을 바라볼 ...
다음 날 케이는 기화가 올 때까지 사무실 소파에 축 늘어져 있었다. 같이 출근한 기연은 컴퓨터를 만지고 있었다. 가볍게 커피를 한 잔 마시던 케이는 기화가 사무소에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람?” 기화는 자연스레 소장실로 들어갔고 케이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무슨 일이긴. 오늘 그 날이잖아.” “아.” 기화는 케이의 말에 ...
“뭐? 이게 보수라고?!” 케이는 자신이 받은 돈을 보고는 책상을 내리쳤다. 소장인 기화는 이게 뭐가 문제냐는 듯 한 눈빛으로 케이를 바라봤다. “왜? 너무 많아?” 기화는 케이의 봉투를 뺏으려고 한 순간 케이는 순식간에 봉투를 낚아챘다. 그리곤 봉투를 펼쳐 돈의 액수를 보여주었다. 5 만원 2 장이 전부였다. “십만? 시이이입마아아안?!” 기화는...
아침은 항상 여유로웠다. 오픈 청소와 함께 사용할 찻잎들이 남아있는지를 체크했고 향기가 나도록 향초를 피웠다.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끝나면 내가 마실 차를 내린 후 가게의 오픈 팻말을 돌렸다. “이제 슬슬 추워질 계절이네.” 손을 비비며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와 내가 내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햇살이 조금씩 가게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아...
마지막 손님을 보내고서야 난 빈 자리를 아련하게 바라봤다. 그 자리에는 비어있는 찻잔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그 사람은 잘 돌아갔을까 하는 작은 걱정과 함께 찻잔을 들어 싱크대로 가져갔다. 물을 틀어 설거지를 하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들이 겹쳐서 몰려왔다. “내 가게는 대체 무엇을 위해 열었던 것이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봤자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컵...
검을 쥔 케이는 정장의 넥타이를 고쳐 메었다. 전봇대 위에서 그는 부적에 갇혀있는 귀신을 바라보며 폰을 꺼내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지박령 B급, 확인했습니다. 현재는 봉인만 되어있습니다. 주변 시민들 대피가 확인되면 진행하겠습니다.” 연락을 마친 케이는 안쪽 주머니에 폰을 집어넣고 경찰들이 시민들을 대피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시민들을 다 보내고 경...
공든 탑이 무너진다. 공들이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쌓여진 탑이 있다. 주변에서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나의 생각 없이 해왔던 세심한 배려가 그들에겐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들을 무시하거나 비하한 적은 없다. 하지만 공을 들이지 않아서일까 조금씩 쌓아오던, 아니 쌓이던 탑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다급하...
기분 나쁜 탄내가 코를 자극했다. 나뭇가지는 밟을 때마다 파스락 소리와 함께 가루가 되어 부러졌다. 왕국의 기사단의 짓이 분명했다. 왕은 숲에 마녀가 있다고 말하며 숲 전체를 태워버리라고 명했다. 난 보첼스 단장의 어깨를 잡으며 기어코 말렸지만 왕명은 거스를 수 없다며 매정하게 내 손을 뿌리쳤다. “아린다...” 난 아린다를 만날 수 있는 덩굴 입구를 ...
멀어진 사람, 멀어지게 된 사람에게 아무 이유 없이, 어떠한 예고 없이 연락을 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정말 아무런 의도도 없다. 그냥 잘 지내냐는 안부인사와 시시콜콜한 과거이야기를 꺼내며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의 멀어진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같았으니까. 퍼즐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다. 너라는 퍼즐에 내가 들어갈 조각은 없어...
촛불이 불이 켜지듯 당신이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제발 당신을 잊게 해주세요. 당신과의 행복한 추억을 대가로 당신과의 슬픈 추억을 잊게 해주세요. 이미 당신은 행복해 보이는데, 아직도 당신을 그리워하는 내 모습을 그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요. 나의 꽃은 이미 시들어 말라비틀어졌네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꽃을 피울 씨앗을 가슴에 품어 피어올린다고 들었는데,...
풀벌레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을지도 모르는 새벽. 너는 얇은 옷만 걸친 채 일어나 앉아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환한 달빛을 두른 황홀한 너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나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너는 감았던 눈을 떴고, 나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어보였다. 따스한 아침의 햇살보다 어두운 하늘에 환한 달빛이 어울리는 너였다. 푸른 달빛을 두르고, 반짝이는 별을...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